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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침묵을 깨뜨린 여성들, 밤쉘

by 이야기장인 2025. 4. 8.

 

줄거리 요약

영화 밤쉘은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뉴스 채널이었던 폭스 뉴스(Fox News)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성희롱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영화입니다. 특히, 폭스 뉴스의 CEO였던 로저 에일스(Roger Ailes)가 그간 저질렀던 성희롱과 그로부터 피해를 입었던 여성 앵커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영화는 세 명의 여성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 이들은 각각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이거나, 영감을 받아 새롭게 창조된 인물입니다.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는 폭스 뉴스의 스타 앵커로서, 이 영화의 핵심 인물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트럼프와의 논쟁으로도 유명했던 실존 인물입니다. 그녀는 그동안 침묵해 왔었던 자신의 실제 경험을 세상에 드러내며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은 폭스 뉴스에서 해고 당한 뒤, 로저 에일스를 직접 고소하며 이 영화의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인물입니다.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이 도화선이 되어 이 사건은 모두에게 공론화되게 됩니다. 마지막 인물인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는 픽션 캐릭터지만, 그동안의 수많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로 등장하게 됩니다. 이상과 열정을 가지고 힘차게 뉴스업계에 발을 들였지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합니다.

 

주요 테마

성희롱과 권력 구조

이 영화는 그저 단순히 ‘나쁜 상사의 잘못’만을 다룬 영화가 아닙니다. 언론계, 특히 대기업 내 강력한 권력 구조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억압당했으며, 침묵을 강요받는지를 면밀히 보여줍니다. 사건의 중심지인 폭스 뉴스 내에서 로저 에일스는 매우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여성 직원들은 그들의 커리어와 생계를 걸고 선택을 강요받았습니다.

 

여성들의 연대와 용기

밤쉘은 여성들이 소리 내어 표현했던 ‘MeToo 운동’의 흐름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성적 피해자였던 여성들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며 세상 앞에 고백하고, 진실을 밝히는 데에서 오는 심리적 갈등과 사회적 부담, 고립감 등이 매우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세 인물 간의 연결이 느슨하면서도 의미 있는 연대를 형성하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들은 남들같은 ‘친한 동료’는 아니지만,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들로서 서로의 존재를 알아보게 되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언론의 두 얼굴

‘진실을 밝히는 곳’이어야 하는 언론이 오히려 진실을 가리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모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폭스 뉴스의 정치적 성향, 기업 문화, 내부 경쟁과 줄 세우기 등 다양한 문제점을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

샤를리즈 테론은 메긴 켈리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외모, 말투, 표정까지 완벽히 변신하였습니다. 분장으로 실존 인물과 거의 닮은 꼴이 된 것도 화제였습니다. 특히 그녀의 냉철한 내면 연기는 인상 깊어 많은 관객들에게 더욱 자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니콜 키드먼은 억눌린 분노와 씁쓸함, 그리고 세상에 들어내고자 하는 용기를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마고 로비는 비록 픽션 인물이지만 자신의 꿈과 현실의 간극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당황한 초년생 언론인의 감정을 세심하게 연기해냅니다. 그녀의 내면적 고통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며 이야기에 집중되게 하였습니다.

 

연출 및 구성

밤쉘 영화의 스타일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다보니,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사이를 오가며 리얼리티를 강조합니다. 내레이션 형식과 인물의 카메라 직접 응시하는 등의 장치로 관객에게 다가갑니다. 다만, 사건의 전후 사정을 깊이 다루기보단, 캐릭터들의 성격과 정서에 집중하는 구성이라 권선징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살짝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단점

국내가 배경이 아닌 영화이다보니, 미국 뉴스계나 정치 구조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흐름을 따라가기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영화 자체가 사회적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다 보니 캐릭터의 극적인 감정선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입니다.실화 바탕이라 긴장감이 다른 영화에 비해면 덜할 수 있으며, ‘정의가 승리했다’는 식의 해피엔딩도 아니기 때문에 허망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현실의 복잡함을 그대로 보여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새로운 스토리를 감상했던 기존의 영화와는 달리,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한때 미국 내 뉴스에서 크게 다뤄졌던 사건을 스크린을 통해 다시 만남으로써, 현실적으로 우리는 이 문제들이 아직도 여전히 유효하고 해결되지 않았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영화입니다.